부다페스트의 저녁, 낯선 도시의 공기가 설렘과 함께 묘하게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까? 여행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코마치, 작은 일본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발걸음이 저절로 향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아담한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자, “이랏샤이마세!” 활기찬 인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그래, 바로 이곳이야.
웨이팅마저 설레는, 현지인들의 인기 맛집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역시나 약간의 웨이팅이 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코마치는 이미 부다페스트 현지인들에게도 꽤나 인기 있는 맛집이었으니까.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정독하며, 무엇을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라멘, 가츠동, 카레…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여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판은 정갈한 일본어와 함께 영어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다. 고민 끝에, 코마치 세트와 가라아게를 주문했다. 코마치 세트는 라멘 또는 우동, 미니 가츠동, 그리고 샐러드로 구성된 가성비 최고의 메뉴라고 했다. 라멘은 미소라멘으로 선택했다. 잠시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기본 반찬이 나왔다. 짭짤한 단무지와 생강 초절임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미소라멘의 변신, 유럽 스타일의 독특함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소라멘이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국물 위로 차슈, 옥수수, 그리고 해초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첫 입을 들이켜는 순간, 예상치 못한 맛에 살짝 당황했다. 일본에서 먹던 정통 미소라멘과는 조금 다른, 유럽 스타일로 변형된 맛이었다. 마치 된장국에 면을 넣어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짭짤하면서도 구수한 국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라멘이라기보다는 퓨전 음식에 더 가까웠다. 한 리뷰어는 “유럽에서는 그냥 라멘 시키면 된장국 라멘에 당근까지 넣어서 주더라”라고 했는데, 정말 딱 그 표현이 맞았다.

면은 일반 라멘 면보다는 조금 두꺼운 칼국수 면에 가까웠다. 쫄깃한 식감은 좋았지만, 라멘 특유의 가느다란 면을 기대했던 터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옥수수를 추가하니, 톡톡 터지는 식감과 달콤한 맛이 라멘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역시, 다른 사람들의 추천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가츠동의 아쉬움, 넉넉한 마요네즈는 굿
미니 가츠동은 앙증맞은 크기로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돈까스 위로 마요네즈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돈까스는 바삭하고 고소했지만, 고기의 양이 조금 부족했다. 밥이 반이나 남았는데, 돈까스는 이미 다 먹어버린 상황. 마치 뷔페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먹어버리고 후회하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마요네즈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은 훌륭했다. 느끼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돈까스와 밥의 조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듯했다.

결국 남은 밥은 가라아게와 함께 먹기로 했다. 역시, 치킨 가라아게는 어디에서 먹어도 진리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가라아게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함께 나온 마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풍미는 더욱 깊어졌다. “가츠동에 고기 다 먹고도 밥이 반 남아서 치킨 가라아게동으로 먹었다”는 리뷰가 떠올랐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실망시키지 않는, 치킨 가라아게의 황홀경
갓 튀겨져 나온 가라아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닭고기의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맥주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샐러드는 신선하고 상큼했다. 마요네즈와 드레싱이 어우러진 샐러드는 가라아게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아쉬운 점, 현금 결제와 더위
코마치는 맛과 서비스는 훌륭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현금만 받는 식당은 흔치 않다. 다행히 현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만약 카드를 챙겨왔다면 낭패를 볼 뻔했다. 또한, 식당 내부가 너무 더웠다. 특히 라멘을 먹으니 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에어컨을 켜거나 환기를 자주 시켜주면 좋을 것 같다. 한 리뷰어는 “엄청나게 더웠고, 라멘 국물은 맛있으나 면은 라멘보다는 두껍게 뽑아낸 칼국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라고 했는데, 더위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가성비 최고의 선택, 코마치 세트
단품 메뉴도 좋지만, 코마치에 간다면 코마치 세트를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1980 포린트라는 저렴한 가격에 라멘 또는 우동, 미니 가츠동, 그리고 샐러드까지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가 정말 훌륭하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총점은? 맛은 쏘쏘, 서비스는 만족!
코마치는 엄청 맛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별로이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의 식당이었다. 라멘은 일본 정통의 맛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유럽 스타일로 변형된 독특한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츠동은 고기의 양이 아쉬웠지만, 마요네즈의 풍미가 훌륭했다. 가라아게는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서비스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활기찼으며, 손님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현지인처럼, 부다페스트의 밤을 즐기다
코마치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거리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부다페스트의 밤은 더욱 활기찼다. 거리에는 공연을 하는 사람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그리고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도 그 틈에 섞여, 부다페스트의 밤을 만끽했다. 코마치에서의 저녁 식사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부다페스트에서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