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의 막바지, 며칠 동안 이어진 빵과 파스타의 향연에 슬슬 김치찌개와 따끈한 밥 한 공기가 간절해질 때쯤, 밀라노 첸트랄역 근처에 숨겨진 보석 같은 한식당 ‘진미’를 발견했다. 20분 정도 걸어 도착한 그곳은, 붉은색 간판에 한글로 쓰인 ‘진미’라는 글자가 낯선 풍경 속에서 어찌나 반갑게 느껴지던지. 마치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 이탈리아 고급 식당 분위기, 특별한 한식 경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과는 달리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흔히 해외에서 만나는 한식당과는 다른, 이탈리아 고급 식당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은은한 조명 아래 테이블마다 정갈하게 놓인 식기들이 기대감을 높였다. 예약 없이 방문했더니 만석이라 잠시 기다려야 했지만, 6시 반 오픈 시간에 맞춰온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8시 이후에 저녁을 먹는다는 사실!

기본 반찬으로는 미역, 김치, 감자조림이 1인당 1세트씩 제공되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 칸으로 나뉜 하얀 접시에 담긴 반찬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아뮤즈 부쉬’처럼, 한 입 크기로 정갈하게 담겨 나와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더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감자조림, 신선한 미역, 그리고 적당히 익은 김치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 떡볶이부터 닭매운탕까지, 다채로운 한식의 향연
메뉴판을 펼쳐보니, 떡볶이,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닭매운탕 등 다채로운 한식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지화된’ 한식이 아닌, 비교적 한국적인 맛을 그대로 살린 메뉴들이라는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고민 끝에 불고기, 모듬전, 공기밥 2개를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차려지는 음식들을 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불고기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고, 모듬전은 김치전, 파전, 녹두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모듬전은 작은 사이즈로 2개씩 제공되어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전들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김치전의 매콤함, 파전의 향긋함, 녹두전의 고소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 해외에서 맛보는 한국의 맛, 감동 그 자체
사실 해외에서 먹는 한식은,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미의 음식들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거의 똑같았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을 먹어본 다른 방문객들도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똑같다”고 칭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약간 현지화된 느낌의 김치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맛있게 먹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탈리아인 남편과 함께 방문한 손님이 “남편 입맛에도 여기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며 극찬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진정한 한식 맛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실제로 식당 안에는 현지인 손님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는 진미가 단순한 ‘교민 식당’이 아닌, 밀라노 시민들에게도 인정받는 맛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육개장과 김치삼겹 두루치기, 잊을 수 없는 맛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지만, 진미의 음식들은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특히 육개장과 김치삼겹 두루치기를 맛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다음 날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육개장과 김치삼겹 두루치기를 주문했다. 육개장은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고, 김치삼겹 두루치기는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이 삼겹살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육개장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이탈리아 음식에 질리고, 현지화된 한국 음식에도 질렸던 나에게, 진미는 한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 완벽한 식사, 컨디션 회복과 행복 충전
진미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컨디션까지 회복시켜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유럽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고, 잃어버렸던 입맛도 되찾았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이렇게 훌륭한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밀라노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진미를 찾을 것이다. 그때는 떡볶이, 오징어볶음, 닭매운탕 등 아직 맛보지 못한 메뉴들을 꼭 먹어봐야지. 밀라노 첸트랄역 근처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진미에서 한국의 맛을 경험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단, 주말에는 예약이 필수라는 점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