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뜨거운 햇살과 활기 넘치는 거리, 낯선 향신료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는 호치민에서의 나날. 며칠 동안 정신없이 쌀국수와 반미를 탐닉하다 문득, 익숙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이 그리워졌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스시 지온(Sushi Zion). 간판을 보는 순간, 마치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반가움이 밀려왔다.
섬세한 손길, 숙련된 장인의 혼이 담긴 오마카세
스시 지온은 겉모습만 그럴싸한 곳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정갈하게 놓인 나무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본인 셰프의 진지한 눈빛과 능숙한 손놀림은 이곳이 ‘진짜’임을 짐작하게 했다. 나는 기대감을 안고 오마카세를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안키모. 부드러운 식감과 녹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등장한 사시미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칼집 사이로 비치는 윤기는 싱싱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한 점 입에 넣으니, 마치 바다를 통째로 삼킨 듯한 청량감이 느껴졌다.

스시는 섬세한 칼질과 완벽한 샤리(초밥 밥)의 조화가 돋보였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듯했고, 혀에 닿는 순간 은은한 단맛과 함께 풀리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참치 스시였다. 붉은 빛깔의 윤기가 흐르는 참치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며 깊은 풍미를 선사했다. 마치 고급 벨벳을 입안에 넣은 듯 부드러운 질감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입문자도 즐겁게, 스시 코스의 다채로운 매력
오마카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시 지온에는 스시 코스도 준비되어 있어, 부담 없이 다양한 스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시라우오(뱅어)는 꼭 맛봐야 할 메뉴 중 하나다. 톡톡 터지는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며,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스시를 맛보는 중간중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입안을 헹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은은한 차 향기는 스시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셰프의 친절한 설명은 스시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어 더욱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합리적인 가격, 놓칠 수 없는 호치민 오마카세
스시 지온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퀄리티의 스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호치민에서 이 정도 수준의 오마카세를 이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몇몇 리뷰처럼 양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스시 한 점 한 점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아쉬운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을 이유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일부 리뷰에서는 셰프의 변경으로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한국인 손님에게는 스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셰프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시의 맛은 훌륭했다.

스시 지온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호치민에서 베트남 음식이 질릴 때쯤, 스시 지온은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