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을 가득 안고 도착한 비엔나. 화려한 궁전과 웅장한 건축물도 좋지만, 현지인들의 삶 속에 스며든 소박한 맛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시내를 벗어나,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대학가 근처에서 발견한 파키스탄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잦지 않은 한적한 골목, 그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커리 맛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낯선 듯 편안한 첫인상, 공동체 식당의 따스함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묘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기분.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는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테이블에는 알록달록한 손글씨와 그림으로 가득 찬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세히 보니 “PEACE, LOVE & VEGAN CURRY”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채식 커리를 즐기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평화와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 같은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뷔페식 만찬, 내 맘대로 즐기는 파키스탄의 맛
이곳의 시스템은 독특하다.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음식을 가져다 먹고,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마치 ‘믿음’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처럼 느껴져 신선하게 다가왔다. 접시와 식기를 직접 챙겨 원하는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병아리콩, 렌틸콩, 가지 등 다양한 채소로 만든 커리들이 따뜻하게 데워진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과 갓 구운 듯 따뜻한 빵도 눈에 띈다.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다양한 종류의 커리를 맛보기로 했다.

향긋한 향신료의 향연,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
첫 입을 뗀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향긋한 향신료 향이 코를 간지럽히고, 부드러운 커리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특히 렌틸콩 커리는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뭉근하게 끓여낸 렌틸콩의 부드러움과 향신료의 조화가 훌륭했다. 밥에 비벼 먹으니 더욱 맛이 좋았다.
가지 커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겉은 살짝 튀겨져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가지의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은은한 불향이 더해져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빵에 얹어 먹으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샐러드와 디저트도 준비되어 있어 식사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다. 신선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는 커리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달콤한 디저트는 입가심으로 제격이었다.
가격은 ‘마음 가는 대로’, 합리적인 가치 소비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했다. 얼마를 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음식의 맛과 분위기, 그리고 이곳의 독특한 시스템을 고려하여 10유로를 지불하기로 했다. 비엔나 물가를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이곳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편안한 분위기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비엔나 속 작은 인도, 색다른 미식 경험
비엔나에서 만난 파키스탄 레스토랑은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향긋한 커리 향은 물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곳은 특히 채식주의자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다. 다양한 채소로 만든 커리는 물론, 샐러드와 디저트까지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다시 찾고 싶은 곳, 따뜻한 기억 한 조각
비엔나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닭고기와 피망, 소고기와 시금치가 들어간 커리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 해결’이 아니라, 비엔나라는 도시의 따뜻한 지역 사회를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비엔나에 방문한다면, 꼭 이 맛집에서 맛있는 커리를 맛보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