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도시, 카이로. 며칠간의 타지 생활에 지쳐갈 때쯤, 문득 간절해지는 건 따뜻한 집밥 한 상이었다. 피라미드를 뒤로하고 향한 곳은 카이로의 작은 한식 식당, ‘이집’. 평점은 조금 낮았지만, 한국인들의 긍정적인 리뷰를 믿고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다.
낯선 땅에서 만나는 푸근한 인심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익숙한 냄새. 김치찌개 끓는 냄새와 따뜻한 밥 냄새가 섞여 코끝을 간지럽혔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활기가 넘쳤다. 놀랍게도 손님 대부분은 외국인이었다.

여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어디서 오셨어요? 이집트는 처음이신가 봐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척처럼 살갑게 말을 건네시는 모습에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여행의 피로가 밀려왔지만, 따뜻한 환대에 금세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다채로운 밑반찬,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자리에 앉자마자 놀라울 정도로 푸짐한 밑반찬이 차려졌다. 콩나물무침, 김치, 깍두기,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오이무침…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마치 한국의 어느 가정집에 초대받아 푸짐한 저녁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반찬 하나하나 맛을 보니, 정말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 맛 그대로였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콩나물무침은 고소한 참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졌고, 멸치볶음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얼큰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뚝딱
빨간 국물이 너무 그리웠던 나는 짬뽕, 육개장, 새우탕수육 중에서 고민하다 짬뽕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짬뽕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국물 한 입을 떠먹으니, 온몸에 따뜻함이 퍼지는 기분이었다. 야채의 시원한 맛과 해물의 감칠맛이 어우러진 국물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한국에서 먹던 중식 짬뽕과는 다른 맛이었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불맛이 매력적이었다. 면발도 탱글탱글 살아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밥 한 공기를 말아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이집트에 와서 이렇게 배부르게 먹은 게 처음이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육개장과 새우탕수육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 맛있다는 표정이었다. 다음에는 육개장과 새우탕수육도 꼭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여행의 피로를 녹이는 따뜻한 위로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께서 후식으로 따뜻한 커피를 내어주셨다. 커피를 마시면서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 이집트 생활의 어려움, 그리고 여행의 추억들…
사장님은 카이로에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운영해오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손님도 별로 없고 힘들었지만, 꾸준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한 덕분에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항상 따뜻한 밥상을 준비해놓을게요.” 사장님의 따뜻한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낯선 땅에서 만난 따뜻한 인심은 지친 여행자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카이로 여행 중 만난 최고의 식도락
‘이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었다. 한국의 맛과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만약 카이로를 여행하는 한국인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인심 덕분에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카이로에서 맛보는 한국의 맛, ‘이집’.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따뜻한 정과 위로가 있는 공간이었다. 카이로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들에게 이곳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