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드리운 산티아고의 토요일 밤, 은은한 불빛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향할 곳은 익명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 바로 그곳이다. 낡은 듯 운치 있는 건물 외관은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설렘을 안고, 나는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멋, 시간을 거스르는 공간
문을 열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앤티크 가구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면에는 낡은 그림과 장식품들이 걸려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마치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누군가는 이곳을 “가정집 같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바 같다”고 평했지만, 내겐 그 모든 분위기가 뒤섞인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천장에는 화려한 장식들이 늘어져 있고, 벽에는 그림과 네온사인 장식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붉은색 실내 장식은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혼자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1인용 테이블을 요청하자, 직원들은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이했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 마젤란 양고기의 향연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다양한 메뉴들 중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마젤란 양고기 으깬 감자’였다. 낯선 이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마음에 주저 없이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놓인 마젤란 양고기 으깬 감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을 자랑했다. 윤기가 흐르는 양고기 위에는 허브가 뿌려져 있었고, 곁들여진 으깬 감자는 부드러운 크림색을 띠고 있었다. 첫 입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양고기는 입 안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듯 부드러웠고, 특유의 풍미는 으깬 감자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진정한 ‘요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인들은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친구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혼자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누구 하나 어색해하는 기색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마치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따뜻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환상적인 조화, 타코 알 파스토르와 오늘의 스튜
양고기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메뉴들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특히, 애피타이저로 제공된다는 ‘타코 알 파스토르’와 ‘오늘의 소고기 스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결국 나는 또 다시 주문을 하고 말았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놓인 타코 알 파스토르는 작은 크기였지만,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잘게 썰린 돼지고기 위에는 파인애플과 양파가 올려져 있었고, 매콤한 소스가 곁들여져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다채로운 풍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돼지고기의 고소함, 파인애플의 달콤함, 양파의 아삭함, 그리고 매콤한 소스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이어서 등장한 오늘의 소고기 스튜는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소고기와 함께 그린빈, 호박, 옥수수 등 다양한 채소들이 듬뿍 들어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풍미가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소고기는 오랜 시간 푹 끓여져 입 안에서 살살 녹아내렸고, 채소들은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했다. 특히, 옥수수의 달콤함은 스튜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아쉬움 속 발견한 희망, 서비스와 개선점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방문자들은 웨이터들의 서비스가 불친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일부 직원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일관했고, 주문을 받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기도 했다. 또한, 수제 마요네즈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마요네즈 자체의 맛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곳은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훌륭한 음식 맛,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직원들의 노력이 이러한 단점들을 상쇄시켜주었다. 특히, 스테이크의 굽기를 손님에게 직접 물어보는 세심함은 감동적이었다. 모든 식당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미식 여행, 다시 찾고 싶은 곳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이미 다음 방문을 기약하고 있었다. 산티아고에 다시 온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오늘 맛보지 못했던 다른 메뉴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땐 웨이터들의 서비스가 조금 더 개선되어 있기를 기대해본다.

산티아고에서의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해준 이 곳. 비록 완벽한 곳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산티아고의 아름다운 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