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호텔 바로 옆, 팔레드시즈 건물 2층에 자리한 가이세키 전문점.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사모님께서 따뜻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긴자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한국인 셰프님과 일본인 아내분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라는 설명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오늘은 어떤 특별한 미식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섬세한 손길, 눈과 입이 즐거운 가이세키의 향연
자리에 앉자 정갈하게 세팅된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의 질감이 살아있는 테이블 위에는 단정한 냅킨과 수저, 젓가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곧이어 코스 요리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신선한 사시미였다.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아름다운 플레이팅이 인상적이다. 짙푸른 색감의 접시 위에 얹어진 뽀얀 흰살 생선과 붉은 빛깔의 생선, 그리고 곁들여진 라디쉬와 레몬, 와사비가 조화로운 색감을 뽐낸다. 한 점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신선함이 일품이다. 특히 싱싱한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손질만 거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으로는 다양한 해산물이 등장했다. 붉은 빛깔의 참치, 뽀얀 우니, 그리고 앙증맞은 고동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다. 신선한 우니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쫄깃한 참치는 풍부한 감칠맛을 선사했다. 곁들여진 해초와 함께 먹으니 바다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는 듯했다.
따뜻한 온기, 다시(出汁)의 깊은 풍미
가이세키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이모노, 즉 맑은 국이다.

따뜻하게 데워진 그릇에 담겨 나온 스이모노는 맑고 투명한 국물이 인상적이었다. 한 모금 마시니 은은하면서도 깊은 다시의 풍미가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셰프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었다. 계절마다 바뀌는 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니, 다음 방문에는 어떤 스이모노를 맛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솥밥의 정점, 풍성한 식사의 마무리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솥밥이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위에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밥알 한 톨 한 톨에 깊은 맛이 배어 있어 씹을수록 고소함이 느껴졌다. 특히 함께 제공되는 반찬인 궁채나물은 꼬들꼬들한 식감이 솥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배가 불렀지만 멈출 수 없는 맛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니 셰프님께서 직접 나오셔서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재료 하나하나에 대한 셰프님의 철학과 정성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남은 밥은 주먹밥으로 만들어 포장해주시는 서비스도 감동적이었다.
특별한 날, 잊지 못할 미식 경험
1인 15만원이라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신선한 재료, 정갈한 플레이팅, 깊은 풍미,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함께 방문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부산에서 제대로 된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