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맥주였다.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을 실컷 마셔보리라 다짐했지만, 막상 프라하에 도착하니 똑같은 맥주만 마시는 게 어쩐지 아쉬웠다. 그러던 중, 현지인들 사이에서 ‘맥주 성지’라 불리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을 발견했다. 어마어마한 종류의 맥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그곳, 지금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생생한 맛집 서사를 시작한다.
두근거리는 발걸음, 골목길 숨은 명소 탐험
구글 지도를 켜고 좁은 골목길을 헤매다 보니, 드디어 목적지에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은 빛바랜 듯했지만, 오히려 그 세월의 흔적이 이곳의 깊은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마치 보물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맥주 천국 입성, 취향 존중 100% 맞춤 추천
문을 열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와 은은하게 퍼지는 맥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벽면 가득 채운 맥주탭과 종류별로 정리된 리스트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라거, 에일, 사우어, 흑맥주 등 없는 게 없었다. 마치 맥주 백화점에 온 듯한 기분! 어떤 맥주를 마셔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 친절한 직원이 다가와 취향을 물었다. 과일 향을 좋아하는지, 흑맥주를 선호하는지 꼼꼼하게 물어보고는 최고의 맥주를 추천해 주었다.
취향따라 골라 마시는 재미, 샘플러 Mix의 매력
결정 장애가 있는 나를 위해 직원은 샘플러 Mix를 추천했다. 6가지 다양한 맥주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메뉴였다. 마치 작은 실험실에 온 듯, 번호가 적힌 작은 잔들이 나무 트레이에 담겨 나왔다.

직원이 건네준 번호표를 보며, 어떤 맥주를 마실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3번은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에일, 31번은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매력적인 맥주, 58번은 달콤한 꽃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는 맥주였다. 흑맥주 중에서는 90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86번과 89번은 묵직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정통 흑맥주였다.
환상적인 궁합, 맥주 친구 소시지 & 감자칩
맥주만 마시기에는 아쉬워서 소시지를 주문했다.

육즙 가득한 소시지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함께 제공된 소스들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마요네즈, 머스타드, 케첩 등 다양한 소스에 찍어 먹으니 질릴 틈이 없었다. 바삭한 감자칩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짭짤한 감자칩은 맥주를 부르는 마성의 안주였다.

활기 넘치는 분위기, 야외 테라스에서 즐기는 여유
실내는 조금 더운 편이라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다.

테라스는 넓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맥주를 마시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맥주를 매개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친절한 서비스, 감동을 더하는 따뜻함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직원들의 친절함이었다. 맥주 추천은 물론이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비가 내리자, 자리가 없는 나에게 먼저 우산을 씌워주고 실내 자리가 생기자마자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스탭들은 모두가 친절했고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IPA 뿐만이 아니라 Double IPA 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은 프라하에서 많지 않다. 프라하에서 맥주를 마셔 본 사람들, 특히 맥주의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은 이틀만 지나도 맥주의 본고장이 대형 프랜차이즈점들로 점철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어딜가도 필스너 우르켈, 코젤, 감브리아누스 등등… 브랜드 중심의 맥주 밖에 없었던 프라하에서 그나마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작별, 프라하 추억 한 잔에 담아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프라하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고 다짐하며 문을 나섰다.

어두운 밤, 골목길을 걸으며 아까 마셨던 맥주들의 향을 떠올렸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그 맛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곳은 단순한 맥주집이 아니라, 프라하의 아름다운 추억을 담은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 다른 프라하의 발견, 나만 알고 싶은 곳
프라하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주저 없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미처 맛보지 못했던 다른 종류의 맥주들을 꼭 시도해 봐야겠다. 그리고 소시지 외에 다른 안주도 맛봐야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한다. 프라하에 간다면 꼭 이곳에 들러 인생 맥주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단,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나만 알고 싶은 곳이 사라지는 건 원치 않으니, 비밀스럽게 간직해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