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난 홍콩 여행.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침사추이의 골목길을 헤매다 발견한 작은 간판, ‘홍콩노반점(香港老飯店)’.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발길을 붙잡았다. 친구 국원이의 강력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이곳. 과연 어떤 맛과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시간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세월의 흔적,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으로
가게 내부는 앤티크한 가구와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져 있었다. 왁자지껄한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다. 테이블에 놓인 찻잔과 젓가락에서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마치 홍콩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벽에는 오래된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 있어, 이 식당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다양한 메뉴들 앞에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여졌다. 그때, 종업원이 다가와 “동파육 안 먹을 거면 여기 왜 왔는데?”라며 농담 섞인 조언을 건넸다. 국원이도 “탄탄면 안 먹을 거면 여기 왜 왔는데”라며 강력 추천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동파육과 탄탄면을 주문하고, 샌드위치처럼 나온다는 성룡이 좋아한다는 요리도 함께 주문했다.
잊을 수 없는 맛, 황홀경의 동파육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동파육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큼지막한 돼지고기 덩어리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려보니, 부드럽게 살결이 갈라졌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에 감탄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없고, 달콤 짭짤한 소스가 깊숙이 배어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마치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느낌이었다.

친구 현준이는 동파육을 먹자마자 감동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인생 동파육”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종훈이 역시 “동파육 안 먹을 거면 여기 왜 왔는데”라던 종업원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듯했다. 나 역시 한국에서 먹던 동파육과는 차원이 다른 맛에 푹 빠져버렸다.
매콤한 유혹, 멈출 수 없는 탄탄면
동파육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탄탄면이 등장했다. 붉은 빛깔의 국물과 고소한 땅콩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면을 들어 올려 후루룩 맛보니,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매콤한 국물이 입안을 감싸고, 쫄깃한 면발이 혀를 즐겁게 했다. 동파육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탄탄면 위에는 다진 고기와 파가 듬뿍 올려져 있어, 풍성한 식감을 더했다. 함께 나온 땅콩을 곁들여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 되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국물까지 남김없이 들이켰다.
뜻밖의 즐거움, 성룡이 사랑한 샌드위치
마지막으로 나온 요리는 샌드위치처럼 생긴 독특한 음식이었다. 종업원의 설명에 따르면, 성룡이 즐겨 먹는다고 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빵 사이에 다양한 채소와 고기가 들어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고기의 풍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소스 역시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맛을 더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한 비주얼에 망설였지만, 맛을 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왜 성룡이 이 음식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든든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소소한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장어 요리를 주문했는데, 맛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저녁 9시 30분쯤 방문했는데 밥이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중국 식당에서 밥이 없다는 사실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다. 팥앙금 디저트는 너무 말라 있었다. 게다가 먹지도 않은 땅콩 값을 청구하려 했던 점도 옥에 티였다. 계산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홍콩노반점에서의 식사는 훌륭했다. 음식 맛은 물론,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특히 달걀 반숙과 호두 요리는 독특한 맛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기억에 남는다.

그리운 맛, 다시 찾고 싶은 곳
홍콩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홍콩노반점의 동파육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입안 가득 퍼졌던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이 자꾸만 떠오른다. 다음 홍콩 여행 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만약 침사추이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홍콩노반점에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특히 동파육은 반드시 맛봐야 할 메뉴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