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친구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낡은 듯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가 감도는 ‘바일란(Baylan)’ 카페였다. 무심하게 지나치기만 했던 그곳이, 이스탄불에서는 꽤나 유명한 디저트 명가였다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과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첫인상, 고풍스러운 공간 속 달콤한 유혹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달콤한 디저트 향이 은은하게 코를 간지럽혔다. 쇼케이스 안에는 형형색색의 케이크와 디저트들이 마치 보석처럼 진열되어 있었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테이블과 의자는 편안함을 더했고, 벽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걸려 있어 바이란의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테라스 자리도 있었지만, 흡연 구역이라 아쉽게도 패스해야 했다. 약간 막힌 구조 탓에 담배 냄새가 옷에 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내 복도에 앉아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잠시나마 바이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시그니처 메뉴, ‘쿠프 그리예’와의 황홀한 만남
바일란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단연 ‘쿠프 그리예(Kup Griye)’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카라멜 소스와 생크림을 듬뿍 올리고, 크런치를 더해 식감을 살린 디저트라고 한다. 터키식 파르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드디어 ‘쿠프 그리예’가 나왔다. 투명한 글라스에 층층이 쌓인 아이스크림, 카라멜 소스, 생크림, 그리고 크런치의 조화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했다. 맨 위에는 고양이 혀 모양의 비스킷이 앙증맞게 꽂혀 있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달콤한 향이 끊임없이 코를 자극했다.

한 입 맛보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과 쫀득한 카라멜, 그리고 바삭한 크런치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카라멜 소스의 깊고 진한 풍미는 ‘쿠프 그리예’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차원이 다른 터키 음식 경험, ‘차원이달라병’ 주의
‘쿠프 그리예’를 맛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원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터키 음식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맛이라고 할까. 심지어 ‘차원이달라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카이막보다 더 생각날 거라는 후기가 있을 정도다.

합리적인 가격, 훌륭한 디저트
‘쿠프 그리예’의 가격은 260TL(한화 약 1만 2천 원)이다. 터키 물가를 고려하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맛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충분히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게다가 해외 신용카드도 사용 가능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오랜 역사와 변함없는 맛, 이스탄불의 보물
바일란은 195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이스탄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중 하나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품질을 유지해온 덕분에, 현지인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 심지어 30년 전에 할머니와 함께 왔었다는 손님도 있을 정도다. 웨이터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알아보았다는 후기는 바이란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았는지 짐작하게 한다.

바일란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이스탄불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이런 가게들을 계속 운영해 주시는 젊은 세대에게 감사하다는 후기처럼, 바이란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스탄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