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밤은 길고 활기차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라멘집, 그곳은 마치 일본의 어느 골목에 숨겨진 노포와 같은 정취를 풍겼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동양인과 서양인이 뒤섞여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 맛있는 냄새, 따뜻한 불빛, 모든 것이 발길을 이끌었다.
일본 노포 감성, 베를린에서 느끼는 향수
가게 문을 열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 벽에 걸린 일본풍 그림과 포스터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옆 테이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섞여 더욱 활기찬 느낌이었다. 마치 일본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이 편안함을 주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다양한 종류의 라멘과 일본 요리가 있었다. 미소라멘, 탄탄멘, 돈까스, 가라아게… 고민 끝에 가장 기본인 미소라멘과, 리뷰에서 극찬이 자자했던 치킨 가라아게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작은 컵에 담긴 녹차가 나왔다. 소소한 서비스에서 일본 특유의 정(情)이 느껴졌다.
진한 육향의 풍미,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소라멘이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 위로 차슈, 반숙 계란, 옥수수, 죽순, 파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깊고 진한 맛이 느껴졌다.

먼저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깊고 구수한 미소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의 진한 맛과 미소의 발효된 감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면은 쫄깃하고 탱탱했다. 국물이 잘 배어들어 면만 먹어도 맛있었다. 차슈는 부드러웠고, 반숙 계란은 촉촉했다. 옥수수는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물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은 정말 훌륭했다. 한국에서 먹었어도 맛있다고 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겉바속촉의 정석, 환상적인 치킨 가라아게
미소라멘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치킨 가라아게가 나왔다. 큼지막한 닭튀김이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갓 튀겨져 나온 가라아게는 보기만 해도 바삭해 보였다.

가라아게를 한 입 베어 물자,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맥주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특히 함께 나온 스파이시 마요 소스는 가라아게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느끼함은 잡아주고 매콤함은 더해주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아쉬움을 달래주는 하이볼 한 잔의 여유
라멘과 가라아게를 맛있게 먹었지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유자 하이볼을 한 잔 주문했다. 하지만 유자 하이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단맛이 없고 너무 시큼했다. 술맛도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맛있는 라멘과 가라아게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다른 라멘과 돈까스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이볼 대신 사케를 마셔봐야겠다.
베를린 미식 방랑, 재방문 의사 200%
베를린에서 만난 작은 라멘집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일본 노포의 정취와 맛있는 음식,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유럽 여행 중 일식이 그리울 때, 혹은 베를린에서 맛있는 라멘을 먹고 싶을 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 방문에는 라멘을 덜 짜게 요청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