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오키나와의 어느 골목, 익숙한 듯 낯선 풍경 속에서 문득 특별한 이끌림을 느꼈습니다. 바다 내음 가득한 이곳에서, 필리핀의 따뜻한 정취와 다채로운 맛을 품고 있는 한 가게가 고요히 숨 쉬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었죠. 현지인들조차 발길을 끊지 못하고 “고향의 맛”을 찾아 헤매는 이들을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곳, 바로 그 이름 모를 오키나와 맛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아 인근 코인 주차장을 이용해야 했지만, 그런 사소한 불편함쯤은 기대감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국적인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필리핀으로의 초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오키나와의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필리핀의 어느 소박한 식당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습니다. 나지막이 들려오는 필리핀 음악과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장식들, 그리고 테이블마다 앉아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현지 필리핀 손님들의 모습은 이곳이 얼마나 진정한 현지의 맛을 담고 있는지를 단번에 증명해 주었습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 여행객보다는, 정말 필리핀 본토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진정한 현지 감성의 아늑한 공간이었죠.

메뉴판 속 이국적인 이름들, 설렘 가득한 선택의 시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아 들었습니다. 낯선 이름들이 빼곡히 적힌 메뉴판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작은 여행 같았습니다. 미리 조금 조사해 두지 않았다면 아마 한참을 망설였을 겁니다. ‘돼지 시니건’, ‘포크 아도보’, ‘팬싯’, ‘페퍼 스테이크’ 등 흥미로운 요리 이름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꼼꼼히 설명된 메뉴들은 필리핀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이해의 문을 열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친절한 직원분께 몇 가지 추천을 받으며, 필리핀에서 맛본 돼지 시니건을 그리워하던 마음으로, 그리고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심스럽게 주문을 마쳤습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현지의 맛,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둘 테이블 위로 올라왔습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짙은 갈색의 스튜였습니다. 아마도 시니건이나 디누구안 같은 필리핀의 대표적인 고기 스튜 중 하나였겠죠. 깊고 진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한입 떠먹자마자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돼지고기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마치 잘 만든 돼지고기 장조림 같은 익숙함 속에 이국적인 향신료의 조화가 어우러져, 낯설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요리는 잊었던 미뢰를 기분 좋게 놀라게 하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필리핀 요리의 꽃이라 불리는 ‘포크 어도보’와 탱글한 면이 인상적인 ‘팬싯’, 그리고 바삭하게 튀겨진 ‘룸피아’였습니다. 포크 어도보는 라후테와 비슷한 결을 가지면서도 특유의 신맛과 향신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냈고, 삶은 달걀과 함께 부드러운 고기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습니다. 팬싯은 첫 입을 베어 물었을 때의 감탄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몇 번이고 확인시켜 줄 정도로 맛있었고, 믹스 타입이라 봄비와 메밀 면의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룸피아는 비록 평범해 보였지만, 한 입 베어 물자 아삭한 소리와 함께 속을 채운 촉촉한 치킨이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다채로운 사이드 메뉴와 깊이 있는 풍미
메인 요리 외에도 다양한 사이드 메뉴들이 테이블을 풍성하게 채웠습니다. ‘새우튀김’은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새우 본연의 탱글한 식감과 신선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함께 나온 달콤한 칠리 소스에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습니다. ‘마늘 볶음밥’과 ‘새우 볶음밥’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으로 모든 메인 요리와 훌륭한 궁합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마늘 볶음밥은 은은한 마늘 향이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페퍼 스테이크와 그레이비 소스’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습니다. 부드러운 고기와 진한 그레이비 소스의 조화는 서양식 스테이크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며, 필리핀 요리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죠. 또한, 가지와 긴 꼬투리 콩,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붉은빛의 스튜는 깊은 감칠맛과 함께 풍성한 채소의 식감을 즐길 수 있어 균형 잡힌 맛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이곳은 메뉴판에 없지만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시즐링 시식(Sisig)과 같은 필리핀 특유의 철판 요리도 맛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나오는 시식은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현지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

달콤한 여운, 필리핀 디저트와 기념품 쇼핑
식사를 마칠 때쯤, 혀끝에 감도는 달콤한 유혹을 떨칠 수 없어 디저트를 주문했습니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할로할로’는 얼음, 연유, 젤리, 과일, 아이스크림 등이 어우러져 시원하고 다채로운 맛을 선사했습니다. 초록색 젤리가 빛나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주었죠. 또 다른 디저트로는 몽환적인 보랏빛이 아름다운 우베 케이크를 맛보았습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우베 특유의 풍미는 식사의 완벽한 마무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식당 한편에는 작은 상점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직접 공수해 온 듯한 다양한 상품과 간식, 칩, 양념 등이 진열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부드럽고 육즙 가득한 필리핀 핫도그를 비롯해,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식료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식사 후 쇼핑까지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었죠.

다음에 또 만나요, 필리핀의 맛!
이 모든 경험은 2인 기준 약 1만 엔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으로 느껴질 수 있었지만, 오키나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진정한 필리핀의 맛과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투자였습니다. 현금과 카드 모두 사용 가능하지만, 카드 결제 시 10%의 수수료가 붙으니 현금을 지참하는 것이 조금 더 경제적일 것입니다. 혹은 테이크아웃을 선택한다면 메뉴당 50엔의 추가 요금이 발생하지만, 집에서 편안하게 이국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필리핀의 P.I. 맛을 찾는 이들에게, 그리고 단순히 새로운 미식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강력히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비록 모든 요리가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먹기 쉽고 맛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맛보지 못했던 소꼬리탕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특별한 오키나와 맛집의 문을 나섰습니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를 넘어,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온몸으로 느끼는 생생한 문화 체험이었습니다. 오키나와에서의 이국적인 미식 여정, 그 중심에 바로 이 필리핀 식당이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