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피 해안의 유혹, 달콤한 휴식을 꿈꾸다
이탈리아 남부의 보석 같은 해안 도시, 아말피.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푸른 아드리아해가 어우러진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햇살 가득한 오후,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달콤한 젤라또 향과 갓 내린 에스프레소의 고소한 내음이 발길을 붙잡곤 합니다. 정신없이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고 싶었던 저는, 해변을 따라 늘어선 수많은 가게들 중 한 곳, 바로 ‘Riviera Gelateria & Bar’에 이끌렸습니다. 늦은 점심시간, 혹은 어정쩡한 브레이크 타임에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던 이들에게는 마치 오아시스처럼 느껴질 법한 곳이었죠. 아말피의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며, 이곳에서 잠시의 평화로운 휴식을 기대했습니다.

첫 발을 들인 순간, 기대와 혼란의 교차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화려하면서도 분주한 실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유리 진열장 너머로는 알록달록한 젤라또와 탐스러운 페이스트리, 그리고 갖가지 디저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죠. 마치 보석 가게의 쇼윈도를 보는 듯했습니다.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며 금세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이곳이야말로 아말피의 훌륭한 젤라테리아 중 하나일 것이라는 기분 좋은 착각에 사로잡히기 딱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선물용으로 보이는 포장된 과자 박스들이 높이 쌓여 있는 모습에서 이곳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응대하는 곳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햇살 아래 드리운 그림자, 불쾌한 자리 안내
하지만 그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안내받는 과정에서부터 묘한 불편함이 감돌기 시작했죠. 식사를 위해 빈자리에 앉으려 하자, 한 직원은 대뜸 넷이 앉는 자리라며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구석 자리로 가라고 손짓했습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이미 다른 테이블에는 두 명씩 앉은 손님들이 아무 제지 없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특정 손님에게만 적용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말피의 따스한 햇살이 그 순간만큼은 저에게만 불쾌한 빛으로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여행의 설렘이 조금씩 스크래치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입맛을 잃게 한 식사, 실망스러운 샐러드와 피자
어렵사리 자리에 앉아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파스타나 피자, 그리고 신선한 샐러드는 필수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제 눈앞에 놓인 샐러드는 첫인상부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푸른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치 시들다 못해 죽어버린 듯한 야채들이 드레싱에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도저히 돈을 주고 먹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야채가 너무 상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항의하자, 웨이터는 대뜸 아니라고 우기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인종차별이 아닐까 하는 불쾌한 의심이 마음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결국 샐러드를 교체받았지만, 새로 나온 샐러드 역시 처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접시 위는 여전히 생기 없는 채소와 무심하게 뿌려진 드레싱으로 가득했습니다.
뒤이어 나온 피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맛보는 피자는 그 자체로 감동이어야 했건만, 이곳의 피자는 퍼석하고 아무런 특징 없는 맛으로 저를 더욱 실망시켰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피자 중 최악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결국 음식의 대부분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사람은 음식의 간이 너무 짜서 먹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며 찾았던 아말피 맛집에서의 경험은 참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가격, 관광지 바가지의 민낯
불쾌한 식사에 이어 계산대에서 마주한 가격표는 저를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관광지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도를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투고 에스프레소 한 잔에 3유로, 작은 오렌지 주스 한 잔에 무려 6유로라니! 제가 방문했던 수많은 대도시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이었습니다. 심지어 생수 한 병조차 6유로를 받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아말피라지만, 기본적인 음료 가격이 이렇게 비싸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메뉴판에 쓰인 가격이라 어쩔 수 없이 지불했지만, 용납할 수 없는 바가지요금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라니타나 레모네이드는 없었고, 주문한 레몬티와 레몬소다는 캔에 담겨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가격의 네 배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저 “get ripped off”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복되는 무례함, 인간미 없는 응대에 지치다
가격만큼이나 큰 불쾌감을 준 것은 바로 직원들의 태도였습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여직원 한 분은 그야말로 성격이 고약했습니다. 주문 후 화장실을 사용하려 하자, “뭐 주문했냐, 몇 개 주문했냐”며 캐묻는데, 다른 손님에게는 전혀 묻지 않는 차별적인 질문이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일은 해변에 다녀온 후 다시 방문했을 때 벌어졌습니다. 또다시 저에게만 주문 여부를 묻더니, 제가 해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드럽다, 나가라, Are you crazy?” 등의 폭언을 퍼부으며 소리를 지르고 내쫓았습니다. 이런 무례하고 인간미 없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심지어 임신 7개월의 여동생이 심박수가 빨라져 힘들어하자 카모마일 차를 만들 수 있는지 물었는데, 그들은 마지못해 “무례하게도” 허락해 줄 뿐이었습니다. 일부 남직원들은 착하고 세심하게 응대했지만, 한 직원의 반복되는 불쾌한 언행은 이 모든 긍정적인 요소를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씁쓸함 속 한 줄기 달콤함, 카놀리와 커피
이 모든 불쾌한 경험 속에서도 한 가지 위안을 찾자면, 바로 카놀리와 커피였습니다. 훌륭한 젤라테리아라는 평판에 걸맞게 카놀리는 겉바속촉한 식감과 달콤한 크림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예술적인 맛을 선사했습니다. 에스프레소 역시 이탈리아의 명성답게 진하고 향긋했습니다. 앉아서 휴식을 취하며 달콤한 간식을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을 응대해 준 웨이터 중 한 분은 정말 훌륭하고 세심하며 친절한 분이었습니다. 그 잠깐의 달콤한 순간과 친절한 서비스만이 불쾌했던 기억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남아있었습니다. 이곳의 디저트 진열대가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짧지만 강렬했던 미식의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아말피의 기억 속에 남은, 잊히지 않는 여운
아말피의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Riviera Gelateria & Bar에서의 경험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혼잡한 교통 체증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길가 술집이라는 점, 그리고 젤라테리아로서의 디저트 메뉴는 훌륭했지만, 전체적인 식사와 서비스, 그리고 가격 정책은 방문객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아름다운 아말피 해안의 낭만적인 기억에 드리워진 하나의 그림자처럼, 이곳에서의 불쾌했던 순간들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방문객이 ‘맛집’이라 부를 만한 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진심 어린 환대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쾌적한 분위기가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아말피의 푸른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다음 방문 때는 이곳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