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가을은 낭만적인 색으로 물든다. 붉은 벽돌 건물과 노란 은행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파리의 어느 골목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오늘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바로 그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프랑스 와인 바, ‘라 부베트(La Bouvette)’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조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정통 프랑스의 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
메뉴판을 펼치니, 프랑스어로 빼곡하게 적힌 음식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의 식당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러 후기에서 극찬한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의 메뉴는 화려하진 않지만, 정통 프랑스 요리의 기본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달팽이 요리부터 따뜻한 염소 치즈 샐러드까지, 프랑스 가정식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메뉴 구성이다. 누군가는 “정통 프랜치 느낌이라 기대를 했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정통’이라는 단어에 끌렸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늑한 공간은 붉은색 테이블과 나무 의자로 채워져 있었다. 벽에는 오래된 프랑스 영화 포스터와 사진들이 걸려 있어, 마치 작은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미식 경험,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의 황홀한 조화
드디어 기다리던 스테이크가 나왔다. 접시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스테이크와 산처럼 쌓인 감자튀김이 놓여 있었다. 스테이크 위에는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크림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칼을 들어 스테이크를 써는 순간, 부드러운 육질이 느껴졌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과 크림 소스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제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 중 하나”라는 후기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실감했다.
감자튀김 또한 평범하지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튀김옷을 자랑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스테이크와 어우러져, 멈출 수 없는 맛의 향연을 선사했다. 한 리뷰어는 “감자튀김은 눅눅했다”고 했지만, 내가 맛본 감자튀김은 전혀 눅눅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 한 잔의 여유, 프랑스의 향기를 더하다
프랑스 와인 바에 왔으니,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하니, 친절하게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다양한 와인 리스트 중에서, 스테이크와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을 추천받았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짙은 루비 색을 띠고 있었다. 코를 대니, 은은한 과일 향과 오크 향이 느껴졌다. 한 모금 마시니, 부드러운 탄닌과 풍부한 바디감이 입안을 감쌌다. 와인 한 잔과 함께 스테이크를 즐기니, 마치 프랑스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몇몇 리뷰에서는 “와인은 싼 맛”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나는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급 와인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가볍게 즐기기에는 충분한 퀄리티였다.

달콤한 마무리, 크렘 브륄레의 황홀경
스테이크와 와인을 다 비우고 나니, 슬슬 디저트가 당겼다. 메뉴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크렘 브륄레였다. 톡, 하고 숟가락으로 얇은 설탕 막을 깨뜨리는 순간, 달콤한 캐러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과 바삭한 설탕 막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한 리뷰어는 “크렘 브륄레는 맛있었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크렘 브륄레를 먹는 동안, 창밖에는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가게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따뜻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나는 마지막 한 입까지 음미하며, 오늘 저녁 식사의 여운을 즐겼다.

친절함과 속도, 때로는 아쉬운 서비스
몇몇 리뷰에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었지만, 나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았다. 직원은 친절했고, 와인에 대한 설명도 상세했다. 다만, 주문이 밀려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손님들을 챙기는 직원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서비스는 엉망이었고, 음식을 받자마자 무시당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라는 다소 쿨한 리뷰도 있었지만, 나는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편이다.
가성비 논쟁, 합리적인 가격인가
“가성비가 살린 집”이라는 리뷰처럼, 라 부베트의 가격은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스테이크, 와인,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55유로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베를린 물가를 고려하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테이크는 질기고 질도 기대이하, 와인은 싼맛”이라는 혹평도 있는 만큼, 가격 대비 퀄리티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재방문 의사, 베를린에서 만나는 작은 프랑스
전반적으로, 라 부베트는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훌륭한 스테이크, 맛있는 와인,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서비스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었다. 베를린에서 프랑스의 맛과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라 부베트를 강력 추천한다. 나는 분명히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특히, 달팽이 요리는 꼭 한번 맛보고 싶다.


라 부베트의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가슴속에 가득 찼다. 베를린의 밤거리는 여전히 쌀쌀했지만, 내 마음은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