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 뜨끈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문득 떠오른 건, 한국적인 절제미가 느껴지는 만둣국 한 그릇이었다. 서울에서 제대로 된 이북식 만둣국을 맛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끌려,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고요하고 잔잔한 첫인상, 깊이를 알 수 없는 맛의 해구
가게 문을 열자, 은은하게 퍼지는 따뜻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놓인 놋수저와 앙증맞은 유리잔이 놓여 있었다. 마치 다도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 메뉴판을 보니, 이북식 손 만둣국, 김치말이국수, 접시 만두 등 정갈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메뉴판 옆에는 가지런히 쌓인 그릇들이 놓여 있는데, 깔끔함이 돋보였다. 마치 잘 정돈된 서랍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의 유리잔이 눈에 띄었다. 맑은 유리잔은 마치 깨끗한 도화지처럼, 그 안에 담길 술이나 차를 더욱 돋보이게 할 것 같았다.

이곳의 맛은 고요하고 잔잔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깊이는 마치 깊이를 모르는 바다의 해구를 만난 것처럼 깊숙하다고 하니,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수려하고 단아한 만둣국, 은은하지만 깊은 육향의 조화
드디어 기다리던 이북식 손 만둣국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큼지막한 만두가 넉넉하게 담겨 있었다. 한국적인 절제된 미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수려하고 단아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기교는 절제되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깊은 육향이 느껴졌다. 섬섬한 간은 담백하고 깔끔했으며, 만두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 건강한 느낌을 주었다. 마치 만든 사람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심심함 속에 숨겨진 매력, 담백하고 깔끔한 맛
만두는 슴슴하면서도 담백했다. 과하게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듯했다. 평안식 만두라고는 하지만, 아주 정통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만두피가 조금만 더 두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맛은 심심할 수도 있지만, 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고 계속 먹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속도 편안하고 깔끔해서, 나이 들수록 자극적인 만두를 멀리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았다.
충격적인 김치말이국수, 설탕과 식초 없는 담백함
이곳의 김치말이국수는 기존에 먹던 국수 맛과는 확연히 달랐다. 충격적이게도 설탕이나 식초 간이 거의 없거나 없는 수준이었다. 김치말이국수용으로 담근 물김치에 참기름 몇 방울 올린 정도라고 할까. 시큼 상큼함보다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어쩌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맛이지만, 신기하게도 내 입맛에는 잘 맞았다. 전체적인 간과 맛이 너무 편안했다.
곁들임 반찬의 조화, 짭조름하고 달짝한 멸치
밑반찬으로 나오는 멸치는 짭조름하고 달짝하니, 전체적으로 음식과 곁들여 먹기 좋았다.

만두국만 먹다가 만두전골을 추가로 주문해 보았다. 양지육수에 채소가 어우러지니 국물 맛이 더욱 깊고 맛있었다. 만두는 여전히 심심하고 담백했다. 이강주로 반주를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웨이팅은 필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고 싶은 곳
사람이 많아서 웨이팅은 필수라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과하게 섞이고 자극적인 맛이 싫어 시중 만두를 먹지 않은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 이곳의 만둣국은 정말 일품일 것이다. 최근에 다녀온 음식점 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이었다.
평안도 음식의 매력, 슴슴함 속에 숨겨진 깊은 맛
평안도 음식은 슴슴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먹을수록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고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의 만둣국과 김치말이국수 역시 그러한 평안도 음식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따뜻한 만둣국 한 그릇이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준 기분이었다. 서울에서 맛보는 평안도의 맛은, 추운 겨울날 잊지 못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